찬의 첫 패배

찬이 어린이집에서 단오 행사를 한다고 하여 반차를 내고 갔다.
당연히(?) 아빠는 나 뿐.

애들이 쑥으로 만든 방향제에 끈을 묶어주다
찬이반 애들의 더위를 강제구매 당했다. 올 여름은 더울 듯
창포물에 머리 감는 것을 한참 구경하다가…
씨름을 할 때 심판을 시킬 것 같아, 핑계겸 아기띠를 하고 한이를 재우는데…
마눌님이 심판 봐야 한다며 나를 찾는다.

찬이가 하면 당연히 내 마음이 공정하겠냐, 심판을 안하고 싶었는데.

고사리 손으로 서로의 바지를 꽉 잡고 힘을 겨루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승패는 결정되는 것, 넘어진 아이의 얼굴에는 당황이 묻어난다.
일으켜 세우며 ”잘했어” 라고 얘기를 해주었다.

찬이의 경기…
찬이 보다 훨씬 키가 큰 친구랑 한다. 어린이집에서 날쌘돌이로 꼽히는 찬이지만
덩치큰 친구랑 밀었다 땡겼다를 계속하다 힘에 밀려 바닥에 쓰러졌다.
넘어져 나를 바라보는 눈이 흔들리더니, 이내 눈물을 쏟아낸다.

찬이의 인생 첫 패배.
상대 친구의 손을 들어주는 내 마음이 아프다.
찬이를 조금 달래고, 엄마한테 보냈는데 엄마를 닮아 승부욕이 있는지 눈물을 그치지 않는다.

다른 친구들 심판을 보면서도 계속 마음이 쓰리다.

행사가 다 끝나고
마눌님이 애들을 데리고 먼저 집에가고, 나는 회사로 갔는데
마눌님이 ”찬이가 소고기(상품)를 꼭 타고 싶었는데, 못타서 분했데” 라고 전화를 해왔다.
작년에 찬이가 1등하고 받아온 소고기를 같이 먹으며, ”찬이 덕분에 우리 가족이 소고기 먹네” 라며 자랑스러워 한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나 보다.

저녁에 찬이에게
”찬아, 살면서 항상 이길 수는 없어, 그래도 아빠는 찬이가 찬이보다 덩치가 훨씬 큰 친구랑 최선을 다해서 씨름 하는 모습이 자랑스러웠어”
라고 얘기를 해줬다.
마눌님이 내 얘기를 듣더니, 자기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라고 한다.

찬이의 인생 첫 패배를 함께하여 마음이 아프면서도, 다행이다 싶다.
살면서 항상 이길 수는 없다.
그래도 찬이가 패배를 받아들이고, 나와는 달리 승부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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