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들을 처음 만난 기억은 살려둬야 할 거 같아, 다른 곳에 올렸던 글을 찾아 옮김.
오늘 자연주의출산을 하였습니다.
예전부터 자연주의 출산에 대한 관심이 있었는데 제가 얘기 꺼내기 전에
마눌님이 자연주의 출산을 하고 싶다고 얘기를 해서
임신초기부터 준비 아닌 준비를 하였습니다.
자연주의출산의 교과서와도 같은 '히프노버딩' 책을 구입하여 읽었고
자연주의출산 카페에 가입하여 정보를 얻기도 하였지요.
특히 다른 분들의 출산 후기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준비라는 것이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하루에 1~2시간 정도 출산전날까지 꾸준히 운동 하였고(산책 하면서 대화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병원은 임신성당뇨검사까지 최소한으로만 다니며
심상화 연습, 호흡 연습, 회음부 마사지 등도 꾸준히 하였습니다.
저는 둘이서 낳는 거를 생각했는데, 마눌님이 처음이니 조산원 선생님을 모셔서 가정출산을 하자고 하여
28주에 조산원을 방문해 상담을 받았습니다.
저희 부모님이 격려와 지지를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주변에는 알리지 않고, 둘이서만 준비를 했기에
조산원장님과 출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집사람에게는 큰 위안과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6시 20분 이슬이 보였고, 기본적인 출산 준비를 하고 저는 출근을 하였습니다.
지난 주 부터 둘이서 설레발 친게 있어서 오늘 저녁에야 나올 줄 알았습니다 ㅋㅋ
11시쯤 집사람의 '원장님께 전화를 했는데 오빠가 먼저 와야 겠어' 라는 얘기를 듣고
조퇴를 해서 빵이랑 조개를 샀습니다. 아침을 안 먹고 나와서 햄버거 사가야지ㅋㅋㅋ 라는 생각을 할 찰나
'빨리 와야 겠어' 라는 전화를 받고 부리나케 라고 쓰고 교통법규 다 지키고 집으로 달려 갔습니다.
집사람은 침대 위에서 엎드려 진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떄가 11시 40분. 진통 주기는 상당히 짧아졌고 집사람은 혼자서 그 파도를 넘고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출산 준비를 위해 출산을 할 방에 필요 용품을 가져다 놓고 본격적인 진통을 시작하였습니다.
평소해오던 심상화와 호흡연습도 진통 앞에서는 힘을 못쓰더군요.
그래서 평소에 마눌님이 괜찮다고 하던 '라이트 터치(몸을 가볍게 쓸어주면서 자극하는 것)' 와
제가 말로 상황을 들려주는 심상화를 하였습니다.
지금 우리는 북부해수욕장(마눌님 고향)에 나와있어. 모래사장위를 걷는데 평소에 좋아하지 않던 모래의 느낌도 오늘은 싫지가 않아.
따뜻한 햇살을 받아선지 정말 따뜻하게 발을 감싸주고 있어. 발을 한걸음 한걸음 옮길 때마다 모래는 사르르 발을 간지럽히며 조금씩 내려가.
모래가 내려갈 때 마다 통증이 점점 사라져가. 오늘 바다는 눈이 부실 정도로 파래. 파도가 철썩 거리고 있어. 큰 파도가 쳐서 우리를 넘어설 때 마다
조금씩 고통이 오지마 파도 밀려가면 이내 사라져.
뭐 이런 식인데, 조금은 안정을 찾더군요.
중간에 휴식기가 올 때 마다 쌀을 씻고, 조개를 해감하고, 미역을 불리고, 간식 거리를 준비하는 등을 출산준비를 하였습니다.
12시 50분 드디어 원장님이 오셨지요. 얼마나 반갑던지.
원장님이 집사람을 상태를 확인하시는 동안 못했던 출산준비를 마치었습니다. 헤헤
태아심장소리를 확인하고, 아래를 확인했는데... 시꺼먼게 보이더군요.
"선생님 머리 인가요?" 라고 여쭤보니 "머리 맞아요" 라는 말씀...
헉...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진행단계가 빨랐던 겁니다.
"이완을 잘 했네. 진통 참기가 힘들었을텐데 준비를 잘했어" 라며 마눌님을 격려해주시더군요.
"양막이 아직 터지지 않아서 애가 빨리 나오지를 않네. 양막을 터트리면 쉽게 나와"라며
양막을 터트리셨습니다. 갑자기 울컥 하는 소리와 함께 물이 쏟아져 나오더군요. 신기
"이제 몇번만 힘주면 애가 나올꺼야. 호흡 하고, 이완을 해"
원장님 말씀에도 이완보다는 몸에 힘이 자꾸 들어가
"자자 호흡 크게 하고 후.... 하~"
"힘빼고"
"후 후 후 하아"
주기에 맞춰서 계속 얘기를 해줬습니다.
힘을 주며 힘들어하는 마눌님을 보니 뭉클 하더군요.
그렇게 4번 정도인가... 힘을 준 후
1시 18분 등반이(태명)가 우리곁으로 나왔습니다.
수건으로 태지를 간단하게 딱이고 마눌님 배위에 올리니
'응애 응애' 힘찬 울음을 뱉더군요.
"등반아 괜찮아. 괜찮아. 고생했어" 라며 이름을 불러주니
부들부들 떨던 것이 괜찮아 집니다.
원장님이 머리가 둥그런 등반이를 보더니
"아기는 하나도 힘안들이고 잘 나왔네. 머리가 납작하게 해서 나오면 엄마가 더 편한데."
자연주의출산 후기에서 보던 그런 말끔한 모습이였습니다. 신기신기
10분 정도 지나 태반이 나왔고, 태맥이 끊길 때까지 탯줄을 자르지 않고 그대로 두었습니다.
양수체험이라고 물을 받아 태지를 간단하게 씻기니 등반이가 더욱 안정을 찾더군요.
원장님이 엄마 아빠가 계속 목소리를 들려주라고 하셔서
"등반아"
"등반아" 계속 이름을 불러주었습니다.
'응애' 짧은 울음을 뱉을 때에도
'파란하늘 파란하늘 꿈이 드리운 푸른 언덕에~'
평소에 불러주던 노래를 불러주면 금방 배시시하고 울음을 멈추더군요.
그렇게 집사람이 1시간 정도 캥거루 캐어를 하는 동안 원장님이 후처치를 해주시고
출산이 임박한 다른 산모가 있어, 급하게 떠나셨습니다.
저도 배위에 등반이를 올리고 30분쯤 캥거루캐어를 하였습니다.
제 배위에서 꿈틀거리는 모습을 보니... 어찌나 흐뭇하던지.
그렇게 등반이는 저희에게 왔습니다.
집사람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평소 생활하던 곳에서 낳아선지
과정이 자연스럽고 정말 편했습니다.
둘다 힘들다 보다는
와 신기하다!! 는 반응이였죠.
어두운 불을 켜놓고
하루를 오롯이 셋이서 함께 하였습니다.
한달동안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리지 않고
둘이서 산후조리를 해보자 하였는데
이제 시작이네용.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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