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밤
아내가 강원도에 저렴한 숙소가 나왔다며 웃으며 다가왔다.
2017년 울산바위 나들이길이 나의 마지막 강원도
아내는 시간을 더 거슬러 중학교 수학여행이
그리고 찬한솔은 강원도는 0
진주와의 거리만큼이나 큰 결심이 필요했었지만
이번 여행은 시내물이 졸졸 흘러서 바다가 되듯이, 아내의 한마디로 우리 가족의 첫 강원도 여행이 시작되었다.
솔이 이유식도 미리 주문하고, 당근에서 몇가지 여행 제품도 구입하며 슬금슬금 여행을 준비하던차에
8월 12일 우리집에 드디어 코로나가 찾아왔고, 찬-솔-선-한-홍 순으로 한달 정도의 코로나 방어막을 얻어냈다.
아내는 이런 시련 아닌 시련이 있을 때 마다 부르짖는게 있다.
인생~ 아끼고 하면 뭐하겠어요~
없어보니깐 평소에 맛있는거도 먹고 좋은 것도 보고 여행도 다니고 즐기면서 살아야되요~
아내는 막상 말은 저렇게 하지만, 태생적으로 실천은 잘못하는 유형이다
그러기에 아내가 뭐를 하고 싶다고 하면, 나의 동의는 프리패스급
아버지는 줄담배 + 지나친음주(술매너꽝)
어머니는 잔소리 + 참견(특히 돈쓰는데) + 남의말 안들음
아내가 부모님과 함께 갔으면 하기에
애들에게는 미리 포켓몬 피규어 조그만 거 사주며
"할아버지, 할머니와 여행 기간동안 잘 지내기" 약조를 받았고
부모님에게도 미리 즐거운 여행을 위한 주요 규칙을 언급해두었다.
우리 부부 2 + 애들 3 + 부모님 2
의 험난한 구성이기에 여행 스타일은 쉬엄이로 정하였다.
1일차 - 충주 (라바랜드 - 수안보)
2일차 - 강원도 (해수욕장, 속초 시장, 산악박물관)
3일차 - 강원도 (설악산 케이블카, 비선대, 대포항)
4일차 - 강원도 (리조트 물놀이)
5일차 - 집으로 복귀 (낙산사-집)
어짜피 여행은 계획대로 되지 않기에 평소처럼 큰 줄기만 잡았다.
첫째날 (08/27)
금요일 저녁에 출발하여 토요일 오전에 문경세재를 걷자라는 아내의 판벌리기 제안이 있었으나
원래 계획대로 토요일 9시에 충주를 향해 출발하였다.
찬이는 우리끼리 장거리를 갈땐 얼마나 남았냐며 투정을 하는데
가끔씩 제법 의젓?너그러운??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3시간 동안 이동하면서 할머니랑 369, 제로, 끝말잇기 등을 하면서 즐거워했다.
먼저 아내가 검색한 막국수 집에서 점심을~
충주 라바랜드.
몇달전 중고거래 때문에 충주왔다가 들렀었는데 한이가 한번씩 또 가고 싶다고 얘기한 곳.
강원도까지 한번에 가기에는 "얼마나 남은거야~" 애들의 울부짖음을 듣기 싫기도 하고, 부모님 모시고 수안보 온천을 가면 좋을 것 같아 하루 충주를 잡았다.
애들은 즐거운 시간~ 어른들은 지루 + 체력 소진하는 시간~
실내 놀이시설과 놀이기구 몇개를 타며 2시간을 채웠다~
라바랜드 옆에 있는 돌미로원(미로공원)도 구경하고
나무숲 놀이터에서 한참을 놀았다.
생일에 받은 쿠폰으로 치킨을 포장하고~ 이제 수안보로 고고고
수안보 온천단지에는 호텔 형태의 숙소가 여러개 있다.
이번 에는 수안보스파호텔.
가족탕 형태라 방을 2개 잡았다.
편의점에서 햇반이랑 맥주 등을 사와서 치킨이랑 냠냠냠하고
아내랑 아버지를 뫼시고 산책을 했다.
족욕장은 여전히 운영안함~
짧은 산책을 마치고 목욕시간~
역시 온천이라 물이 콸콸콸 나온다. 넓직한 욕탕에 물을 받고, 부모님방에도 물을 채운다.
탕이 넓어서 가족이 함께 물놀이 하기에도 좋다~
둘째날 (08/28)
아침 일찍 일어나 짐을 챙겼다.
부모님은 미리 준비해온 컵밥을 드리고, 우리는 호텔에서 제공하는 식빵을 먹었다.
8시반쯤 출발을 하려하니 어머니가 빵을 공짜로 주냐며 빵을 여러개 구워오신다. 하하
이제 강원도로 출발~
예전에 비해서 강원도로 가는 길의 선택지가 많아졌고
우리는 네비가 알려주는데로 서울양양고속도로를 따라 강원도에 다가갔다.
몇년전 아버지 차를 없애고
작년에 우리차를 바꾸면서 아버지와 공동명의로 장애인차량 등록을 하였는데
이번 여행을 준비하며 장애인차량차표지를 발급받았다.
BUT.
아버지의 복지카드 IC칩 이상으로 톨게이트를 지날 때 마다 요금 할인을 위해
직원분들에게 한참이나 설명을 해야 했다.
이런 일도 모르는 네비는 지름길이라고 중간중간 고속도로에서 나가라고 하니;;;;;;;;;
그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홍천휴게소에서 잠깐 쉬고 길을 잇는다.
군대 고참 중에 홍천출신 '김경태' 고참이 있었는데 잘 사시나 생각이 났다.
참 선한 분이였는데...
우리는 이렇게 많은 인연을 스치며 살고,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이렇게 마음에 남는다.
그렇게 4시간을 거쳐
우리의 3일밤을 책임질 고성 델피노 리조트에 도착했다.
나는 숙소는 잠만 자는 곳이기에 많은 돈을 쓰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아내는 그래도 좋은 숙소에 대한 로망이 있다.
타협점은 그래도 내쪽에 가까워, 오래되어 조금은 저렴한 소노문이 우리 숙소다~
이번 여행이 급추진되었던 이유인
숙소앞 울산바위 전경.
하루에 2만원 더내면 울산바위가 보이는 방을 배정해준다는데, 이렇게 건물앞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서 우리는 일반 온돌방을 잡았다~
오늘은 바다구경, 속초시장 둘러보기만 정하고 왔기에, 속초해수욕장으로 이동하면서 점심 메뉴를 찾아본다.
회랑 해산물을 좋아하는 부모님을 위해 속초물회.
맛집인지 대기가 엄청 길다.
포항물회가 회 중심 + 물 적음이라면, 속초물회는 해산물 + 시원한 국물
내 입맛에는 속초물회~
밥을 먹고 찬이는 물놀이를 하겠다하여, 둘이서만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동해바다에 풍덩 뛰어든다.
남해가 20~30m 정도 나가야지 어른 목까지 물이 온다면
동해는 그런거없다. 3~5m 정도만 어른 목까지 물이 온다.
8월말 해수욕장 폐장일이지만 아직까지는 물놀이를 할만하다~
어머니는 벤치에서 주무시고
찬이와 나는 두시간 물놀이
한이는 할아버지와 모래놀이
아내는 솔이를 안아야해서 여행와서도 고생이다.
다음은 대관람차~
밑에는 서울에서 단체로 온 대학생들의 함성으로 떠들석하다.
바다는 젊음이다.
그래선지 나는 계곡이 좋다 ㅋ
다음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닭강정~
만석 닭강정을 사기위해 속초시장으로 고고싱
조금 걸어야 하지만 속초시청 쪽에 주차를 하는 걸 추천한다.
닭강정은 아버지가 쏘심.
어머니는 비싸다고 툴툴거리면서도 한치회와 광어회를 사셨다.
숙소로 돌아와 처묵처묵.
셋째날 (08/29)
오늘은 설악!
우리방에서도 울산바위가 보인다~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을 오른다.
5분도 안 걸려 높은 곳까지 다다른다.
상부탑승장에 도착하니 빗발이 날린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주변 풍광을 구경한다.
저게 노적봉이야~ 한편의 시를 위한 길이 있는~
저쪽으로 조금 보이는 저게 토왕성폭포
저기 바다쪽으로 달마봉
재잘재잘
그렇게 30분 정도 기다리다
우산을 가져오지 않은 우리는 잠바 등으로 무장하고 정상으로 출발한다.
정상쪽으로 가니 잠시 비가 소강상태
권금성 정상부에는 이른 시간임에도 사람들이 바글바글
우리도 추억을 남긴다.
신흥사를 둘러보기로 하여 발걸음을 옮긴다.
절을 둘러보고
1. 비선대까지 산책
2. 울산바위
3. 토왕성폭포 전망대
나의 제안에 부모님은 카페에서 쉰다고 하니, 찬이한이도 할머니랑 같이 있겠다고 한다~
카페까지 내려가 부모님 커피, 애들은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솔이만 데리고 셋이서 비선대로 향한다.
비선대까지는 살방살방 산책길이다.
옥빛 계곡을 바라보며 쉬엄히 가면 그곳에 닿는다.
장군봉, 무명봉, 적벽
삼형제가 우리를 내려다본다.
그 앞으로 펼쳐지는 천불동 계곡.
언젠가 아내랑 등반하러 올 날이 있겠지. 그날을 기약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린다.
정말 오랜만에 뒷태샷
설악동 소공원
다시 애들을 만난다.
우리는 벌집 아이스크림 냠냠. 맛있다.
다음은 대포항.
새우튀김이 엄청 맛있다고 아내에게 자주 얘기했었다.
그 기억을 더듬어 새우튀김을 먹었는데..............
대실망.
이제 만들어진 새우튀김을 박스채 구입하여 튀기기만 하나보다.
나중에 인터넷에 찾아보니 속초시장의 새우아저씨가 옛날 대포항 스타일을 새우튀김이였다.
아숩............
슈퍼에서 아내가 먹고 싶다던 새우깡을 사서 나오니
갈매기들이 바다에 많다.
포항에서 몇번 새우깡 주기를 시도하였으나, 갈매기들이 나오지 않아 다음을 기약했는데
지금이 기회다.
갈매기들에게 새우깡을 던져주니 열심히 와서 먹는다.
애들도 서로 자기가 주겠다며 웃음꽃을 피운다.
튀김에 실망하고, 저녁은 고기를 먹기로 했다.
여러 가게에 전화를 하니 브레이크 타임이 다 있다.
먹거리골목으로 이동 브레이크 타임이 가장 짧은 식당앞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낸다.
고기도 맛있고~ 여기는 좋았다.
숙소로 돌아오니 꽤 어둑하다.
넷째날 (08/30)
아침 일찍 일어났다.
캠핑을 가더라도 아침에 한 시간을 뛴다는 동철이형님을 본 받아
나도 달리기를 꾸준히 해보기로 했다.
8월 중순부터 하루에 5km 정도 뛰다가 코로나 등으로 인해서 제대로 못 뛰었다.
오늘을 위해 트레일러닝 조끼도 샀는뎅.
화암사까지 뛸만하다는 글을 보고 화암사까지 뛰기로했다.
채비를 갖추고 숙소 앞으로 나오니 울산바위는 구름모자를 썼고, 가랑비가 날린다.
정문쪽으로 나선다. 상쾌하다.
정문에서 화암사 방향 도로를 따라 2~3km 정도 뛰니 숙소에서 나오는 옆길이 나온다.
헐... 이길로 왔어야됐구나.
그래도 계속 뛰는데 빗발이 굵어진다.
아쉽게 오늘의 달리기는 이만하기로.
짧은 달리기였지만 울산바위를 바라보며 홀로 달리는 순간이 정말 좋았다.
오늘 아침은 숙소 조식.
꽤 금액이 나감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바글바글.
우리도 잘나가는 사람인척 하며, 음식을 담는다.
오늘 일정은 숙소의 워터파크다.
소노문에서도 지하 1층을 따라서 내부통로를 이용해서 이동할 수 있다.
크지는 않지만 괜찮다.
찬이는 혼자서 큰 풀장에서 열심히 논다.
한이는 이런 곳에서 주춤주춤할 때가 있는데, 시간이 약이다.
한참을 놀다가 설득을 해서 큰 풀장에 입성한다.
그때 부터는 재밌게 논다.
아내는 비치의자를 빌릴까 말까 고민한다. 우리는 둘다 태생이 그렇다. ^^;
큰 맘 먹고 빌린 비치의자에서 어머니는 솔이와 단잠을.
아내는 세개를 한꺼번에 빌리는 다른 사람의 모습에 감탄을 하며
우리도 하나더 빌릴까 허세를 부리지만, 아서라~
실내에서 한참을 놀다, 외부로 나가니 비바람에 너무 춥다.
어제부터 비가내려 내 날씨운도 쉬어가구나 했는데, 그래도 실내 물놀이 때 날씨가 이러니
내 날씨운이 설악산과 잘 타협했구나 싶다.
점심은 치킨 등으로 처묵처묵.
저녁은 뭐 먹었는지 기억이 안나네.
마지막날 (08/31)
아침에 정리를 하고, 짐을 어느 정도 미리 내렸다.
비가 오더니, 짐을 옮길 때 부터 그쳤다. 후훗
오늘은 별 계획이 없었으나
금강산을 구경시켜주겠다 큰소리를 치며 화암사로 간다.
사진으로 보던 수바위가 멋있다.
절 입구에 몇년전 백패킹 명소로 유명한 성인대 가는 길이 있다.
절을 둘러보고 아침을 먹으로 간다.
아침은 황태해장국. 황태구이가 맛있었다.
일요일에 오려다가 못왔던, 산악박물관
애들은 클라이밍체험에 열심히다.
암장 안데리고 간지도 한참되었네.
아내는 내려갈 때 7번국도로 갈지, 고속도로를 갈지 고민을 했었는데
고속도로로 가기로 하여, 강원도에서 마지막 방문지가 된 낙산사.
우리나라 3대 해수관음기도처로 유명하다.
남해 보리암, 여수 향일함, 속초 낙산사.
아내는 이번에 세 곳을 다 찾게되었다. 그를 기념하여 초를 하나 공양한다.
우리 가족의 첫 강원도 여행.
나에겐 혼자서 등반 다녔던 때의 마음의 짐도 어느 정도 덜어냈으며
우리 가족도 이번 여행에서 여유와 느긋함을 찾았다면
항상 삶에 치였던 우리 어머니에게서도 여유를 볼 수 있었던 여행이였다.
애들도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할아버지, 할머니를 그릴 추억하나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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