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황매산 야등이 참 좋았다.
누군가를 두고 왔다는 미안함도 덜해, 이런 등반이라면 가끔은 괜찮지 않을까?
2번째 야등 공지가 있은지 며칠이 지난, 하루 전
아내에게 "간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던데, 갔다 와도 될까? 물으니, 가라고 한다.
부리나케 참석 댓글을 달러가니 앞선 등반의 참석자들의 댓글이 위에 있다.
지난 번 산행에 산에서 별시리 안 먹는 내 스타일 대로, 거의 빈손으로 가서 푸짐하게 먹고 왔던 일의 반성으로 이번에는 맥주와 치킨을 사가려 했다. 아내가 회사 근처의 팔호통닭을 추천하며 바로 가서 사면 된다고 했는데... 예약 안하면 2시간 정도 있어야 구입이 가능하단다. 다행히 닭집아들 성훈이에게 연락을 하여 옛날치킨 2마리를 포장해서 간다.
이래저래 늦었나 싶었는데, 다행히 똑같이 산 밑에 도달한다.
날이 좋아
바다건너 하동 금오산과 그 뒤로 광양 백운산 억불봉 자락이 선명하다.
데날리프로를 매고 2번째 산인데
짐을 몇가지 나눠지니 오늘따라 배낭이 무척 무겁게 느껴진다.
도암재에 도착하기도 전에 땀이 콸콸콸, 체력도 어딘가 구멍이 났는지 콸콸콸 빠져나간다.
2015년에 처음 박배낭 매고 이 길을 오르며 빌빌거렸을 때, 영현이 형님이 하셨던 놀림담은 핀잔이 스쳐간다.
평소에 뒤로 쳐져서 가던 경애 누나도 오늘따라 발걸음이 더 가볍다.
도암재 벤치에 누워 체력을 회복하는 모습이 몹시도 추하다 ㅋ
그렇게 지친 몸을 이끌고 터벅터벅 갈림길을 지나 상사바위 아래에 서니
부지런한 송모와 달래는 진클대에 텐트를 치고 온다며 길을 나선다.
체력은 집에 머무는 시간에 반비례하나 보다.
장비를 차고, 서로 확인을 하고
출발!
오늘은 상사길이다.
3년 전 선등을 마지막으로 오랜만이다.
한명 한명 등반을 시작하고, 자기 마음의 고도도 높여간다.
바다쪽에서 안개가 파도처럼 밀려와 와룡골을 덮는다.
하늘에는 별이 많다.
잠시 헤드랜턴을 끄고 하늘을 올려다 본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내 기억보다 살짝 어렵다.
역층이라 헤드랜턴 불빛에 그림자가 져 발자리가 안 보인다.
밤은 깊고, 산도 깊지만
내 마음은 얉다.
볼트 즈려 밟고 살포시 ㅋ
내가 처음 바위를 시작했고, 진주클라이밍클럽이 모산 처럼 모시는 와룡산이지만
올때마다 좋다.
삼천포 바다 쪽으로 보이는 시가지 불빛도, 세섬바위와 민재봉 너머의 어둠도 좋다.
마지막 피치를 시작하는 송모
열심히 배우고 있는 달래
우리는 남의 등반을 시샘할 필요도, 무조건 따라야 할 필요도 없다.
자신의 길, 자기 등반을 하는게 중요하다.
경애 누나는 자기의 등반을 찾아 오른쪽 샛길로 간다.
나는 정식길로는 가본 기억이 없어 정식길로 가본다.
아무렴 어떠랴
우리는 오르고, 그리고 쌍볼트에서 만나는 걸
이제 하강.
어둠 속에서 하강 할 때 마다, 2015년 설악산 삼형제길의 하강을 떠올린다.
누군가에게는 책임, 누군가에게는 무서움, 누군가에게는 재미
우리는 등반을 위해서 모이지만, 등반 넘어서의 일도 중요하다는 걸 잊지말자!
내가 재밌어야 남도 재밌고
남도 재밌어야 나도 재밌다.
그게 팀이다!
이번 등반도 재밌었다는 말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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