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인수봉 공지로 야등이 없을 줄 알았는데 회원들의 적극적인 미참석으로 인하여 야등으로 급전환 되었다는 공지를 보고, 아내에게 윤허를 받아 댓글을 단다.
야경이 좋기로 유명한 금정산 무명릿지
미리 얘기한 것도 없이, 세번째도 이멤버리멤버다.
인원 변경 없이 비슷한 등반을 세번을 하니 익숙하면서도 새롭다.
그러고 보니 무명릿지도 세번째로 2015년, 2016년.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데 오랜만이다.
2015년 로컬 판근이 행님의 초대로 고인이 되신 동주행님, 클럽을 떠난 용제행님과 원고수, 그리고 영태행님이 함께 했던 길. 함께한 6명 중에 이제 2명만이 클럽에 남아으니 많은 시간이 지났고,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이겠지.
아무튼!
지난 번 어프로치에서 퍼졌던 것을 배낭핑계로 두고, 오랜만에 클라터뮤젠 박배낭에 짐을 꾸렸다.
각자 출발 시간은 달랐지만, 칠서에서 3명이 만나 한차로 이동한다.
대장은 먼저 도착해, 박지에 짐을 두고 내려온다고 하고
초행길 1명과 어프로치를 기억못하시는 1분을 뫼시고, 기억을 더듬어 올라간다.
산속에 밤은 일찍 시작이다.
동문을 지나기도 전에 어둠이 깔린다.
외길임을 알고 있음에도, 이 길이 그 길인가 내적 갈등을 하고 있을 즈음
위쪽에서 반가운 불빛이 하나 내려온다.
대장은 달래의 배낭을 매어주고, 달래는 경애 누나의 배낭을 매고 길을 잇는다.
고마운 마음들이다.
능선 위로 올라서니 주변이 탁트이고, 사람의 불빛이 별빛처럼 일렁거린다.
다들 감탄을 내뱉는다.
박지로 이동해서 박배낭을 내리고, 등반 짐만 챙겨 이동하는데...
어김없이 길을 해맨다.
그래 낮에 왔을 때도 항상 해맸는데, 밤이라고 별수 있나!
그래도 어렵싸리 초입에 닿아~
혼자 등반 시작하려던 대장은 내버려두고
세명이서 출발 세레머니를!
첫피치는 전형적인 슬랩. 기름바위라고도 하던데
보기보다 짭짤하다.
대장과 경애누나는 서두르는 바람에 옷을 두고와 다리가 훤이 보이는 반바지 차림으로 등반을 시작한다.
"밑에서 다 보이는거 아니가~" 라는 누나의 말에
"사진 잘 찍어야겠네요. 행님들 잠 못 이룰라~" 농담을 더한다.
1피치만 올라도 다시 주변이 탁 트인다.
산이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이다. 현재에서 조금만 마음을 높여보면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는 것.
무명릿지 크럭스는 2피치.
아무생각없이 붙으면 어렵다. 나는 아무생각이 없기에 고로 어렵다.
살짝 옆으로 돌아서서 보니
산밑 도시의 불빛도, 랜턴에 비춰진 바위도, 등반하는 사람도
멋지다.
이제 내용도 잘 생각나지 않는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 라는 영화 제목처럼
하나의 장면, 하나의 사건도 어떻게 보냐에 따라 다르다.
짧은 하강을 준비하는 대원들.
나이프릿지와 마지막 등반을 마치면
소문의 "뜀바위"다.
1m ~ 1.5m 남짓의 거리지만, 밑을 보면 낭떠러지기에
한번에 뛰지 못하고 망설이는 일들이 있다.
경애누나도 예전에 한참을 망설였던 일을 재미있게 얘기로 풀어놓는다.
우리가 살면서 닥치는 문제와 시련들도, 지나고 보면 이렇게 추억이 된다.
송모는 성큼이
달래는 밑에보면 못 뛸거 같다고 한번에
경애 누나는 주춤주춤 하다가 우다닥
이제 하강이다.
짧은 하강이 기억나는데, 내 기억하고는 바닥이 달랐다.
내 기억은
짧은 깔끔한 하강, 그리고 평평한 바닥, 고담봉으로 이어지는 길
하지만 짧다는 거만 맞았다.
기억은 왜곡이다.
박지로 돌아가는 길에서 보이는 장면이 멋지다.
멀리 광안대교도 보이고.
경애누나는 좋은 풍경을 보니 친구가 생각났나보다, 미국에 산다는 친구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풍경을 보여준다.
박지에서 각자가 가져온 음식과 이야기 보따리를 푼다.
산에서 잘 안 먹는 나이지만, 이 시간도 좋다.
한참을 떠들다 사정이 있는 두사람은 먼저 잠자리에 들고
6시반 작별인사도 없이 짐을 챙겨 산을 내려간다.
그래도 어떠랴
우리의 추억이 인사고, 다시 보았을 때 반가움이 묻어나는 눈빛이 인사다.
우리는 그렇게 추억을 만들었고 다시 목책을 넘어 우리의 삶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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