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 때 쯤에 달리기에 입문했다.
입문이라고 하기에는 거창하지만 어쨋든 혼자서 동네를 뛰었다.
3월에 첫 하프를
4월에 두번째 하프를 뛰고
올해 12월이나 내년 쯤에 첫 풀코스에 도전하려는 생각이였는데
회사 동생이 10키로 나갈꺼라는 얘기에 계획보다 당겨서 2023년 10월 21일 사천노을마라톤 풀코스를 신청하였다.
8월 중순 부터
식단 조절로 1일1식 (충동적으로 오늘부터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함) 을 한달 반정도 하였고 (결과적으로 몸무게 6kg 정도 빠짐), 두달정도 혼자서 훈련이라는 것을 했다.
풀코스를 뛰려면 120일정도의 훈련기간과 한달에 200~300키로 정도의 훈련량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9월 249km로 괜찮은 훈련량을 기록하였지만, 결과적으로 훈련 기간이 짧았고 준비가 미흡했다.
오후 1:40 분 정도 대회에 출전하는 4명 + 응원객(아내) 이서 한 차로 대회장으로 이동했다.
조금 일찍 와선지, 경주국제마라톤과 날짜가 겹쳐 선지 대회장은 한산했다.
테이핑 부스를 기대했던 김팀은 테이핑 해주는 곳이 없어서 당황했고
다른 대회에 비해서 조촐한 행사 준비에 좀 김이 빠졌다.
그래서 동료가 있기에 같이 사진도 찍고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만은 않았다.
러닝화로 갈아신고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신발의 반발력이 기분좋게 느껴져서
컨디션이 좋다고 착각했다.
15:35 분 정도에 출발 했다.
10키로 53:31
하프 1:54:00
정도로 초반 기록은 괜찮았다.
하프까지는 몸이 무겁다라는 느낌도 거의 없어
일주일 몸관리 해주니깐 컨디션이 회복 되었구나 라고 생각했다.
기록이나 페이스메이커들을 보면서 340도 가능하겠다 라고 오만까지 들 정도였으니
해가 지고, 기온도 내려갈 때 쯤
25키로 오르막을 만났는데 다리가 딱 잠기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쉬지 않고 페이스를 늦춰서 30키로 까지 어영부영 갔는데 30키로 되니깐 다리가 제대로 안 움직인다.
중간중간 포기하시는 분들도 보이고
걷다가 응원해주시는 스탭들이 보이면 뛰다가, 지나면 또 걷다가를 반복했다.
한참을 제끼고 갔던 3:50, 4:00 페이스 메이커 들이
차례차례 지나가시고
풀코스 두번째 반환점 전 32키로 여지점에 시작점으로(DNF) 돌아갈 수 있는 갈림길에서
한분이 포기하시는 거 보고 마음이 잠깐 흔들리기도 했다.
나혼자의 고독한 싸움.
중간중간 잠시나마 같은 싸움을 하는 분들에게 마음으로 의지하며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마지막 2키로를 남기고 서울마라톤 피니셔 자켓을 입은 분과 동반주 아닌 동반주를 하게 되었다.
다리가 제대로 안 움직이니 한발 한발 뛸 때 마다 신음이 나온다.
옆에서 뛰던 분이 잠깐 멈춰서 욕을 하시는데
내 마음도 그랬다.
풀코스를 뛰면서 후반부에 울며서 뛰었다는 영상을 본 적이 있었는데
울컥하는 그런게 있었다.
마지막 코너를 남기고, 잠시 걸었다.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어, 마지막은 그래도 쉬지 않고 뛰고 싶었다.
마지막 500미터 정도 남짓 이였을까?
느린 속도로 뛰어 내려가는데, 아내가 내 이름을 크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이어 직원들의 응원 소리가 들렸다.
좋은데, 좋은 걸 표현 할 수 있는 몸이 아니였다.
아내를 지나가며 양쪽 종아리에서 쥐가 올라왔다.
윽.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아내만 기다리고 있었으며 껴안고 울었을 것 같을 때 쯤
골인 지점을 지났다.
사만사번 서재홍 선수, 당신의 꿈을 응원하다고 합니다.
4시간 26분 05초
http://time.spct.kr/m2.php?EVENT_NO=2023102104&TargetYear=2023&start=0&BIB_NO=040004
내 첫 풀코스
환희 보다는 처철함이였다.
나아지는 것은 종이를 한장씩 쌓는 것과 같지만
깨지는 것은 담아 놓은 물을 쏟는 것과 같았다.
준비하는 과정 마지막에 아쉬운 상황은 있었지만
결국 그런 상황을 깰 만큼을 준비를 못한 것이 아닐까?
어제 보다 나아진 오늘을 다시 준비한다.
Keep Run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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