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으로 글은 따로 안 썼다만
2025년 트랜스제주 20k 로 트레일러닝 대회를 처음 시작했다. 블랙다이아몬드 초창기 디스턴스를 구입한지가 어언 10년전 쯤이니, 하고싶다 하고싶다 는 공염불을 실천으로 변화시키는데 10년이 걸린 샘이다.
우리가 살다보면 포기하는게 많다. '포기 = 어른' 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나이가 들수록, '이래서 안되', '저래서 안되'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일들이 늘어나왔다. 애들한테는 '할수있어', '할수있어'를 유행가 가사처럼 얘기하면서도 도전의 책임에서 살짝 궤도이탈을 해 온 샘이다.
2025년 20k - 2026년 60k - 2027년 100k
3년간 트랜스제주를 메인대회로 달리기를 이어가기로 하였다.
올해 봄쯤 어렵싸리 60k 신청에 성공했다. 아내는 20k를 신청하고 오랜만에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가기로 하였다.
봄부터 트랜스제주 전까지 거제100k 38p, 여수백리섬섬트레일런40k 를 나갔다. 진주 망진산-가좌산, 월아산(국사봉-장군대봉), 코뿔소런으로 한달에 한두번 정도 트레일러닝 훈련을 하였다. 여건상 장거리 훈련은 토요일 오전에야 가능한데, 단체 러닝모임에서 직을 맡게 되어 개인 훈련은 가능한 범위로 쥐어짜듯 진행했다.
우리 가족 5명
동철이행님 부부 2명
내니 정 1명 (원래는 덕용이 행님 부부가 가려했으나 사정이 생겨 변경)
이렇게 8명의 항공, 숙소, 렌트카, 일정 등을 몇달에 걸쳐 진행하며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동안
와이즈 세르파 베스트, 케일 gtd 베스트, 노다 001a 등 장비빨에도 공을 들였다.
이제 각설하고.
트랜스제주 60k 는 가시리에서 시작하여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으로 한라산 중턱의 둘레길을 위주로 뛰는 코스이다.
후기에 지긋지긋한 현무암 돌길이라는 말이 많듯이, 뛰기에는 기술적으로 쉽지 않은 돌길이 주를 이룬다.

나는 뒤에서 느긋하게 출발해서 조금씩 순위를 높여가며 뛰는 스타일인데 동철이행님과 얘기하다 같이 뛰자는 걸로 받아들여서 초반 cp1까지는 생각보다 빠르게 뛰었다. 역시 교훈은 자기 스타일대로 뛰자. 하지만 덕분에 초반 병목을 거의 겪지 않았다는 장점은 있었다.
덥지 않은 시원한 날씨, 해가 많이 들지 않는 숲길이라 CP 간격이 보급에는 여유있어 보였다. (당연히 뛸 때는 멀게만 느낌)
CP에서 많이 먹기 보다는 적당히 먹고, 과일은 챙겨 가는 걸 추천한다. 포도나 방울토마토를 1~2km에 하나씩 먹었는데 도움이 되었다. 중간중간 정말 뛰기 좋은 숲길들이 나온다. 그 순간을 즐겼으면 좋겠다.

이번 대회를 위해 몇가지를 새로 구입했다. 꼭 이 대회를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평소 흰색 모자를 사야겠다는 욕구가 있었고, 장수대회 응원갔다가 콜드웜의 모자를 구매했다.
올해 특히 열적응 실패로 땀이 폭발한 나에게는 결론적으로는 안 맞았다. 립스탑 소재라 약간의 그물망으로는 땀 배출이 안되었다. 중간중간 모자를 벗어보면 땀이 흥건히 맺혀있어 모자를 자주 벗었다. 자라의 러닝티도 40을 넘어가니 목이랑 겨드랑이 쪽에 슬림이 발생했다. 결정적으로 노다001a, 먼저 노다를 신고 대회를 나가 본 동철이형님의 조언으로 두꺼운 양말을 신었음에도 발목쪽에 상처가 크게 났다. 10km 부터 쓸리는 조짐이 있었는데 대회 끝나고 보니 피가 흥건했다. 덕분에 미련곰탱이라는 칭호를 받았지만, 100키로를 뛴다면 별에별 일이 다 생길건데 라는 생각으로 그냥 뛴 덕분에 다음을 위한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다.





장거리답게 중간중간 페이스가 맞는 분들과 함께 신세한탄 러닝을 하였다. 나는 주로 불평을 듣는 쪽이다.
'이렇게 돌이 많은데, 트레일러닝 대회라고 할 수 있냐?', '아 너무 힘들다.' 등

최근에 좀 씨게 고통받은 아킬레스건염과 발목쪽 상처로 중후반부에 많이 뛰지 못해 추월을 많이 당했다.
30~40명씩 큰 무리에 추월 당할 때는 멘탈이 봄바람 아가씨 치마자락처럼 흔들렸다.
내리막에서 추월을 3 당하면, 오르막에서 추월을 2 정도 다시 추월을 했다.
숲 한 가운데, 다리를 지날 즈음에 인생 공식 최장거리를 돌파한 순간은 잠깐 이나마 흐뭇했다가도 내년에 하기로 한 100키로가 막연하게 느껴졌다.

한참을 앞서거니 뒷서거니 노가리 까던 분과 CP4 에 들어가니
거리는 10키로 정도, 목표로 했던 9시간 언더까지는 1시간 10분이 남았다.
그 분을 남겨두고 (버리고) 먼저 CP를 나서며, 욕심내면 가능하겠다 라는 생각과 그냥 10시간 언더 한자리 수로 만족하자는 생각이 왔다갔다 했다. 뛰다보니 기운도 많이 떨어지고 9시간대로 들어가기로 하고 유유자적(이라고 쓰고 죽자사자) 걷뛰를 이어갔다.
한라산에서 나와, 억지로 이은 듯한 또랑길을 몇 번 지나 대로를 따라 뛴다.
여기서도 뛰다 걷다 하는데, 마지막 1키로를 남기고 머리가 핑돌며 기운이 빠져나간다. 잠시 주변에 기대어 숨을 고르고 정신을 차려 길을 잇는다.
경기장에 들어서니 동철이행님이 먼저 도착해 나를 반긴다. 성훈이는 결승점까지 쫓아오며 영상을 찍어주고
결승선 넘어서는 세 아이가 기다리고 있다.
60키로를 뛰고나니, 100키로는 가깝게 느껴지면서도 100마일은 너무도 멀게 느껴진다.
모든 것이 과정이다. 내년 100키로는 잘 준비해서, 뛰기 좋은 구간에는 즐겁게 뛸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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